인연인 사람들은 새끼손가락에 붉은 실을 서로 묶은 채 태어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세상에 산타할아버지나 유니콘은 없지만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처럼 인연도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로 지치고 이번은 진짜 내 사람인가? 싶다가도 물거품처럼 헤어지고, 또 다음 사랑에 이번은 진짜 내 인연일까 싶다가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좋았던 기억들도 다 바래지고 사라진다.
결국엔 인연이란 게 있을까.. 싶기도 한 와중에 최근에 인연에 대하여 생각을 해볼 만한 일이 생겼다.
3년 만에 닿은 인연
첫사랑과 헤어지고 몇 년 만에 다시 만나서 재회하고 결혼까지 했어요!라는 이야기들이 가끔 한 번씩 본 적 있다. 내 주변에서도 고등학생 때 만났던 연인과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나고 결혼까지 하게 된 사례도 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보면 아 정말 인연이란 게 있긴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내게는 먼 얘기 같았지만.
나의 블로그의 글들 중에는 회피형-불안형의 관계성에 대한 글들이 꽤나 있다.
그 글들은 지금은 헤어진 연인 (이하 H) 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공부하는 겸 글을 썼던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H와 내가 인연이기를 내심 바라고 노력했었지만 서로가 너무나도 안 맞는 것을, 노력해 봐도 결국 안 되는 것을 깨달았었다.
그 후로 쓰린 시간들을 보내며 점점 괜찮아지는 와중에 갑자기 3년 전에 헤어졌던 (이하 S)에게 연락이 왔다.
갑자기 연락이 닿은 S
S와는 이때동안 내가 만났던 (꽤나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오래 만나고 20대 초중반의 추억 대부분을 함께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이별이 오랜 시간 만난 것에 비해 매우 허무하고 조금 일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헤어진 이후로 정말 깔끔하게 서로 새벽에 '뭐 해? 자니..?' 같은 연락도 서로 주고받은 적이 없었기에
음, 깔끔하게 헤어졌군! 싶었는데 3년 만에 연락이 왔을 때는 조금 놀랐다.
그 연락의 내용도 3년 전의 일방적이었던 이별 통보에 대해 자신의 미숙함을 반성하고 사과하고자 온 연락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놀랐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그런 일로 굳이 연락하지 않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시간이 꽤나 많이 흘렀기 때문에 '뭐야 이제와서 왜 이래?' 같은 마음보다는 손절했다가 오랜만에 연락온 친구 정도로 반가운 마음이 더 들었다.
재회 라고 해서 말 그대로 다시 마주한 거지 뭐, 다시 예전 같은 사이가 되고 그런 것은 아니다만 이때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예전 추억도 같이 얘기하기도 하고 하면서 시간이 날 때 한번 허심탄회하게 술 한잔을 하기로 약속을 하며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내일임) S는 그때의 자신의 미숙했던 태도에 대해 오랫동안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난 다 잊은 지 오래였는데.
인연의 끈과 사주(신기함)
3년 전 과거에 S와 헤어질 당시만 해도 워낙에 깔끔하게 헤어지고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나는 S와의 인연의 끈이 다 닳았고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 이렇게 연락이 닿게 된 것이 신기했다. 또 그 3년 동안 S도 나도 계속 만나는 사람이 있었지만 마침 최근 들어 둘 다 혼자가 되었던 타이밍 또한 절묘했고.
절묘했다는 것이 그럴만한 게 내가 최근까지도 H와 줄곧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다가 이제야 제대로 된 이별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인연이길 바랐던 H와 제대로 정리를 하고 마음을 비우고 나니 타이밍 좋게도 S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아마 조금이라도 H와 헤어지기 싫다고 뭉그적 대면서 망설이고 정리하지 못했다면 S가 연락 왔을 때 이렇게 과거의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얘기를 하지도 못했겠지.
H와는 이렇게 헤어진 게 결과적으로는 S와의 좋은 연락 타이밍의 발판이 돼버린 게, 결국 H와는 내가 인연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조금 씁쓸했다.
또 생각이 난 것은 내가 과거에 S와 만날 때 유명한 곳에 사주랑 신점을 보러 갔었는데 그때 그 사주/신점에서도 똑같이 S가 나의 반려자의 사주와 같다나 같이 살게 될 인연이라나 그랬었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 당시 같이 살게 될 일을 앞두고 갑작스레 헤어졌던 기억이 난다.
물론 헤어지고 나서는 사주랑 신점 다 뻥이라면서 인연이라고 했는데 결국 헤어진 거 보라고 내가 당시 일하던 곳의 사장님에게 말했었는데 그때 사장님이 하시던 말씀이
'근데 그 친구 아직 살아있는 거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니냐'라고 하신 그 말씀이 굉장히 인상 깊었었다.
(오 역시 연륜의 힘인가. 이런 관점으로도 볼 수 있구나... 라며 인상은 깊었지만 그냥 넘겼음)
사주에서 말한 이별수
또 3년 전 S와 헤어지기 전에 봤던 사주에서
"몇 달 뒤 이때 이별수가 강하게 들어와서 이때를 잘 넘겨야 한다~"
라고 말해주셨었는데 정말 딱 말씀하셨던 그 달에 내가 S와 헤어졌었다.
그리고 내가 최근에 H와 헤어질 때도 사주를 잘보는 친구가 혹시나 해서 봐줬었는데
S와 헤어질때 이별수가 강했다던 그 시기의 사주의 한자? 들이 H와 헤어질 때 시기의 사주와 같았던 점이 신기했다.
3년 전 이별 했던 시점과 똑같은 사주의 흐름이 들어왔던 것이다.
어쩐지 뭔가 상황이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했다 ㅠㅠ
그 외에도 내가 일을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했었던 3년 전 그때에 S와 헤어졌는데, 현재 또 일을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하려는 준비 중에 H와 헤어지고 일을 그만둔 후에 S에게 연락이 온 것도 신기했다.
상황은 똑같이 일을 막 그만두었을 때인데 3년 전에는 S가 나를 떠났는데 3년 후 같은 상황인데 S와 다시 연락이 닿은 점이 상황이 겹치다 보니 더더욱 신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시절 인연
'시절인연'이라고 모든 인연은 다 때가 있고 시절인연이 맞다면 아무리 거부해도 인연이 되게 되어있고 시절인연이 맞지 않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인연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이 어떤 건지 나이를 먹으며 새삼 느껴지는 듯했다. 그리고 느낀 결론은 사람 간의 인연은 어떻게 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평생 마주칠 일 없을 줄 알았던 사람과 다시 연락이 닿기도 하면서 이젠 웃으면서 과거 얘기를 할 때가 올 수도 있고,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 본들 결국 헤어지는 인연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이 마저도 모르지 우리의 인생은 아직 길고 더 남아있으니까. 끝까지 가봐야 진짜 인연이 누구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뭔가 사주랑 신점에서 얘기했던 내용들이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졌다는 게, 여러 가지 타이밍과 상황이 겹친 것들이 신기했던 일이다. 인연은 진짜 있는 것인지 앞으로 더 살면서 잘 탐구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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