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다루기 까다로운 애착유형인 회피형. 헤어지는 순간에도 잡아야 할지 잡으면 더 멀어질지 감도 안 오실 거예요.
오늘은 회피형인 제가 겪은 재회가 가능했던 때를 떠올리며 팁을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저는 아주 극단적인 툭하면 잠수를 타거나 하는 회피형이기보다는 어느 정도 기질을 가졌다고 스스로는 인지할 정도의 회피형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그냥 넌 완전히 회피형이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오늘 얘기하는 것들은 오직 회피형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연애상황에도 좋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회피형과의 재회 가능한가?
대답은 YES입니다.
회피형은 주로 짧은 연애기간을 갖는다고 하지만 모두가 짧은 연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크게 회피형의 방어기제를 자극하는 트러블이 많지 않거나 갈등 상황 속에서도 유연하게 잘 풀어나갈 수 있는 고급 스킬이 있다면 회피형과의 편안한 연애도 가능합니다. 저 또한 회피기질을 크게 발동시키지 않은 연인들과도 몇 년씩 연애를 해왔었고요. 하지만 이 연애들 중에 재회를 한적은 딱 한번 있습니다. 그때는 왜 재회가 가능했는지, 다른 연애들에선 왜 재회를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해 본 결과를 말씀드릴게요
회피형이 재회를 했던 케이스
회피형인 제가 재회를 했던 때에 다른 이별들과 달랐던 점은 세 가지 정도 있습니다.
1. 그 사람의 노력
2. 구체적인 해결방안
3. 부담스럽지 않은 매달림
첫 번째, 회피형과 재회를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별 후 많은 노력이요? 그것도 중요하지만 만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었던 관계인 것이냐를 말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만나는 동안 회피형에 대해 얼마나 많이 이해를 해주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모습들로 어느 정도 신뢰감이 쌓인 상태를 뜻합니다.
제가 만났던 재회가 가능했던 연인은 이때동안 만났던 연인들에 비해서 더 많고 잦은 갈등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때 상대방에게 불안형 기질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서로 성향이 반대임을 알고 있지만 함께 좋은 방향으로 맞춰나가자며 자신이 먼저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 상대방으로 인해서 신뢰가 많이 쌓였었습니다. 이 신뢰감이 어느 정도 쌓여있었기 때문에 이별 후, 상대방이 붙잡을 때에도 이때동안 상대방도 많이 바뀌어왔는데 라며 한번 더 속는 셈 치고 믿어볼 가치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재회를 결심하기엔 부족합니다.
두 번째, 구체적인 해결방안. (중요함)
만약 신뢰가 쌓여있다 하더라도 회피형은 얼마든지 단호하게 돌아설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한들 회피형에게는 1순위는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린다면 더 사랑하는 나 자신을 위해 헤어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 이미 이별한 회피형의 입장에선 기껏 헤어졌는데 다시 만나는 것은 곧, 불편하고 스트레스받는 상황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 불편한 상황들이 반복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시켜 주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물론 회피형은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 대화조차 무의미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조건처럼 실제로 바뀌는 사람의 모습을 먼저 보여준 상대에 대해서는 신뢰감이 쌓여있기에 조금 더 설득당해 주게 되죠.
제가 재회가 가능했던 이유도 이미 상대방에겐 모든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세워져 있었고 실제로도 바뀌는 모습들을 보여주었고 불편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불편한 상황이 해결된다면 회피형 또한 이별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별 한 상황에서는 불확실한 미래를 믿으며 한번 더 마음을 다치느냐, 여기서 아쉽지만 단호히 끊어내느냐 를 고민하게 되죠. 이 불확실한 미래를 어느 정도로 확실하게 설득할 수 있냐가 재회의 키포인트 같습니다.
하지만 회피형을 잡고 싶다고 말로만 설득하고 정작 본인도 실천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다시 만나더라도 시간낭비이니 회피형과 깨끗이 정리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세 번째, 부담스럽지 않은 매달림
위의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 하여도 회피형은 그저 그 불편한 이별상황조차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상대방이 이렇게 해결방법과 모든 길을 알려주는데도 넌 왜 그러는 거야!'라는 외침조차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지배가 된 상태입니다. 이때 나는 너 아니면 안 돼, 무조건 내가 잘못했어,라는 식의 집착적인 말과 함께 부담스럽게 매달리게 된다면 회피형은 더욱더 멀리 도망가고 싶어질 것입니다.
회피형의 이별심리는 스스로 이별을 고하면서도 '제발 헤어져, 아니 제발 잡아줘, 사실 헤어지기 싫어, 하지만 우린 헤어져야만 해'처럼 양가감정을 가진 채 스스로 어떤 것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편해 회피하는 것이죠. 이때 필요한 상대방의 태도는 부드럽지만 단호해야 합니다.
'나는 우리가 우리 관계를 위해 나 혼자 일방적으로 너의 성향에 맞춰 주기보다는 서로 함께 노력을 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생각하는 해결방안은 이러하다, 그리고 나는 노력할 의지가 있는데 너는 어떠하니? 만약 너에게 노력할 의지가 더 이상 없다면 나도 널 붙잡지 않겠다.'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회피형은 이때 자신이 거절을 하게 되면 스스로 포기한 셈이 돼버리는 듯함에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면서, 자신이 의지가 없음을 확인사살 시켜주는 셈이 되기에 상대방도 더 이상 잡지 않을 것이란 걸 깨닫고 무의식적으로 회피만 하던 상황을 한 번이라도 더 신중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생각하는 회피형을 재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마냥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떼를 쓰며 붙잡기보다는 이렇게 세 가지 요인이 다 충족된 상황에서가 더욱더 재회가능성은 올라갈 것입니다. 상대방의 태도로 인해 회피형은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처럼 느껴짐과 동시에 '내가 정말 헤어지고 싶은 것인가? 제발 헤어져, 아니 제발 잡아줘' 라며 반복하는 머릿속을 조금 더 차분히 들여다보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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